도심 한 가운데에
다리가 아파올 때까지
걷고 또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 있단 건
축복인 것 같다.
레티로는 나에게 그런 존재이다.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곳.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발길을 이끌게 하는 곳.
여름의 레티로는
싱그럽고 활기찬 매력이 있다.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꾸벅꾸벅 졸다 잠에서 깬 나는
여친과 함께 공원에 찾았다.
레티로의 주말 오후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히려 관광객보다 마드리드 주민들이 자주 보여서
괜히 반갑고 눈길이 가기도 한다.
오늘은 공원 한 구석에서
어린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유튜브에 더 재밌는 수십억 개의 컨텐츠가 있어도
이렇게 현장감 있는 인형극이 아이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단 건 새삼 신기한 일이다.
간만의 시내 외출에
여친도 신이 났나 보다.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할테니
사진을 찍어 달라는 요청이 넘쳐난다.
영국 살 때부터 느낀 거였는데
유럽인들은 해가 뜨면
잔디밭에 벌러덩 누워
도매뱀처럼 광합성을 한다.
아무리 이 곳에 오래 살아도
절대 공감하지 못할 저 감성.
레티로 공원의 랜드마크인 인공호수.
마드리드에 십년 넘게 살았지만
아직 한번도 여기서 노를 저어본 적이 없다.
그냥 뭐랄까..
땡볕에 노동하는 느낌.
하지만 여친 또는 여친될 사람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저들의 노고에
깊은 경외를 보낼 뿐.
레티로 공원 심장부에 있는
유리궁전.
가끔 내부에서 전시회도 하는데
오늘은 텅텅 비어있었다.
하긴, 여름에 저기 내부는 그냥 온실인데
녹아내릴 수는 없으니까.
궁전 앞에 호수에는
수백마리의 자라와 오리가 산다.
그냥 풀어 놓고 있는 데도
도망도 안가는 것 보면
주거하기 쾌적한 장소인가보다.
레이나소피아 미술관이 레티로 공원에서 운영하는
벨라스케스 궁전에서 무료 전시회가 있어 들어가 봤다.
안에 에어컨도 있고 화장실도 있어
잠깐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마놀로 케히도라는 분의 작품 전시회였는데
후기 인상파 느낌인걸까...
과감한 붓터치와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야외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지만,
우리는 더 맛있는 곳을 가기 위해
유유히 공원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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