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초,
나와 여친은 오랜만에
말라가를 다시 찾았다.
말라가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해안가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크루즈 여객선이 지나가는 예쁜 곳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편이다.
이곳이 우리에게 특별한 이유는
2020년 우리가 사귀고 나서
처음으로 여행을 온 곳이기 때문이다.
여친은 이곳을
자신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과거 대학교 때
말라가로 어학연수를 왔었는데
그때 좋은 추억을
아주 많이 남겼었나 보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처음 사귀었을 때
여친에게 이곳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뭔가 숙박하는 여행을 가고 싶은데
적당한 구실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말라가로 주말 치기를 하자고 하면
왠지 수락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21년에 잠시 헤어졌다가
2022년 가을 즈음에
극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 우여곡절을 다 적을 순 없지만,
다시 만나게 된 우리는
마치 치러야 하는 의식처럼
말라가에 다시 오게 되었다.

리스본에서 비바람을 뚫고
말라가에 간신히 도착하니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겼다.
이미 예약해 둔 숙소에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다.
창문 밖으로
말라가 대성당의 첨탑이 보인다.
예전에 왔을 땐
돈에 쪼들리던 때였어서
시내에 값싼 에어비앤비에 있었는데
이번엔 그래도 여유가 좀 생겨서
관광 중심지에 괜찮은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다음번에는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겠지..
말라가의 아침은
지나칠 정도로 맑고 청명했다.
1월이 맞나 싶을 정도로 따뜻해
반팔로 거리를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에
여친의 단골집이었던
브런치 가게에 갔다.
다행히 같은 주인장이
운영하고 있는 듯했다.
여친과 주인장은 서로를 알아봤고
반갑게 인사했다.
여친은 예전에 자주 시켜 먹던
아보카도와 치즈가 듬뿍 들어간
토스트를 먹으며 행복해했다.


말라가에서 문화관광을
할 것은 아니었기에
구도시를 휙 둘러보고
바로 부둣가 쪽으로 향했다.
잔잔한 바다와
말라가 대성당
히브랄파로 성이
역사 깊은 해안 도시의
운치를 더해
사진을 찍으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냈다.


날이 더워
테라스에 앉아
말라가 로컬 맥주를 마시며
경치를 한가롭게 구경했다.
이젠 여행에 대한 철학이 많이 바뀌어
하나라도 더 많이 보려고
바쁘게 움직이는 것보다
여행지의 숨결을 천천히 느껴보는 게
더 좋아지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그 뒤로 여러 곳을 더 다녔지만
사진이 예쁘지 않아 패스하고..
어느덧 선착장에서 어둠이 내려앉았다.

한참 동안 노을이 물든
바다 풍경을 감상했다.
2020년 이곳에 여행 왔을 때
조명을 켜놓은 듯 환한 달빛 아래서
오랫동안 키스를 나누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영원이 추억으로만 남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감격스러웠다.
아직 동방박사의 날이 오기 전이라
시내에 크리스마스 조명이
화려하게 켜져 있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크리스마스 조명을 실컷 구경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다시 찾은 1월의 말라가는
따뜻했고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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