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람들에게 카나리아 제도는
휴양지 그 자체이다.
날씨 좋고, 해변 좋고, 물가가 좋으니
와서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어 한다.
특히, 카나리아는 겨울이 제일 성수기이다.
유럽연합 내에서 한겨울에 해수욕이 가능한
사실상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근데 카나리아엔 멋진 해변만 있는 건 아니다.
나름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어서
구도시를 거닐며 옛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블로그는 일기장 용도로만 쓸 생각이라
역사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란카나리아의 구 시가지인
베게타에 대해 썰이나 풀까 한다.
나에게 베게타는 좀 특별한 곳이다.
어릴 때 그란카나리아 섬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는데,
공부할 장소가 필요할 때 항상 이곳에 왔다.
베게타에는 24시간 열려있는 도서관이 있어서
벼락치기가 필요할 때 꼭 필요한 장소였고,
한인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이라
어른들의 눈을 피해 소소하게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 근처에 나와 친구들만 아는
아지트와 같은 카페가 있었다.
그곳에서 그냥 널브러져 있기도 하고..썸도 타고
생각해 보면 답답한 섬 생활을 잊게 해주는
해방구 같은 곳이었다.
나만의 특별한 추억을 제외하더라도
베게타는 아름다운 구도시이다.
뭔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와
북아프리카와 중남미가
오묘하게 섞인 듯한 느낌을 준다.
베게타의 중심은 단연 산타 아나 광장(Plaza de Santa Ana)이다.
야자나무와 수백 년 된 건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엔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상을 즐기는 현지인들로 가득하다.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잡담을 나누고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나와 즐겁게 뛰논다.
산타 아나 광장엔 개 조형물을 여럿 볼 수 있다.
이 섬 이름이 카나리아가 된 이유 중에 하나가
과거에 유럽 사람들이 처음 섬에 도착했을 때
유독 들개가 많았다고 한다.
개가 라틴어로 칸(Can)이어서
이 섬 이름이 개가 많은 곳이라는 뜻에서
Canaria가 되었다고 한다.
산타 아나 광장 바로 정면에는
산타 아나 성당(Catedral de Santa Ana)이 있다.
성당의 역사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는 않다.
내부도 스페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유로를 내면 성당 옥상으로 올라가
베게타 전경을 볼 수 있는데
나와 여친은 크게 관심이 없어
굳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베게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콜럼버스 생가(Casa de Colon)이다.
예전에는 입장료가 무료였었는데
언제부턴가 유료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가 방문했던 일요일은
무료 개방을 하는 날이었다.
콜럼버스는 스페인에서 아메리카를 오고 갈 때
그란카나리아를 중간 경유지로 활용했다고 한다.
장기간 항해를 하려면 물과 식량 등이 필요했을 테니까..
나는 콜럼버스라는 인물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콜롬버스 생가는 볼게 많고 역사적 가치도 높아
자주 방문하곤 했다.
콜롬버스 생가에는 예전에 아메리카를 항해했을 때
사용했던 배의 모형이나 선실 내부도 구현이 되어있고,
그 시절 그란카나리아 섬에 마을이 어떻게 형성되었는 지도
살펴볼 수 있어 좋다.
그리고 지하에 내려가면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유물이나 장식품 등도 전시가 되어있다.
그리고 생가에 들어가면 깜짝 놀라는 게
앵무새 두 마리가 관광객들 사이에서
위풍당당하게 걸어 다니고 있다.
사람들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싶은데
막상 앵무새들은 사람들을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베게타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수공예품 마켓이 열린다.
스페인 본토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아프리카 느낌의 토속적인 제품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낙타 가죽으로 만든 팔찌를 사고 싶었는데,
막상 마드리드에 오면 어딘가 처박아 둘 것 같아서
끓어오르는 구매 욕구를 간신히 달랬다.
여친이는 자연적으로 찌그러져 하트 모양이 된
진주를 활용한 은 목걸이를 샀다.
마드리드에 와서도 잘 차고 있는 것 보니
꽤나 마음에 드나 보다.
베게타는 역사와 아기자기 함으로 가득 차있는
방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그란카나리아에 여행을 왔다면
반나절이라도 시간을 내어
이곳을 둘러보는 걸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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